왜 우리는 점수보다 '판정'에 끌리는가
온라인에 떠도는 성격 유형 테스트나 "당신은 어느 캐릭터?" 류의 퀴즈들은 하나같이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매번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폭발적으로 공유됩니다. 반면 훨씬 더 정교하게 설계된 실력 측정 앱들, 예컨대 반응속도를 밀리초 단위로 재주는 도구들은 개인적으로는 유용해도 좀처럼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숫자는 비교를 부르고, 규정은 정체성을 만든다
"87점"이라는 숫자를 받으면 사람은 반사적으로 "이게 높은 건가 낮은 건가"를 궁금해합니다. 비교 기준이 없으면 숫자는 의미를 잃어요. 반면 "당신은 특수부대급입니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완결된 의미를 가집니다. 비교할 필요 없이 즉시 자기 자신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가 되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라고 부르는데, 사람은 자신과 직접 관련된 정보를 훨씬 더 깊이 처리하고 오래 기억합니다. 점수는 나를 스쳐 지나가지만, 규정은 나에게 달라붙습니다.
공유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사람들이 SNS에 결과를 올릴 때, 사실 그들은 "나는 이런 게임을 했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자기 규정을 전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사이트의 모든 게임이 숫자 대신 "판정"이라는 형태로 결과를 돌려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낭떠러지 게임에서 제동거리를 몇 cm 남겼는지보다, "쫄보"인지 "간 큰 사람"인지가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설계 원칙이 됐다
이 원칙은 이 사이트를 만들 때부터 세운 세 가지 규칙 중 하나입니다. 3초 안에 이해되는 게임, 1~3분 안에 끝나는 플레이, 그리고 점수가 아닌 판정으로 돌아오는 결과.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와서, 빠르게 즐기고, 그 결과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싶어지는 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숫자를 잘 만드는 것보다 좋은 규정을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이 사이트의 열두 개가 넘는 게임을 만들면서 매번 새롭게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