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의 차이 — 우리는 정말 '음치'일까?
"저는 음치예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음정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두 음을 나란히 들려주면 어느 쪽이 높은지 대부분 맞힐 수 있어요. 진짜 드문 능력은 아무런 기준음도 없이 하나의 음만 듣고 "이건 라(A)다"라고 즉시 이름 붙이는 것, 바로 절대음감(absolute pitch)입니다.
절대음감은 얼마나 희귀한가
연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일반 인구의 1만 명 중 1명꼴로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우리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상대음감(relative pitch)은 두 음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는 능력으로, 훈련을 통해 상당히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 음악가들 대부분은 절대음감이 아니라 매우 발달한 상대음감으로 연주하고 작곡합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클까
절대음감 형성에 관한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이론입니다. 어릴 때, 특히 언어를 습득하는 시기와 비슷한 나이대에 체계적인 음악 훈련을 받은 경우 절대음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절대음감을 새로 습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뇌의 특정 발달 창이 닫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합니다.
절대음감 게임이 진짜로 측정하는 것
절대음감 게임은 기준음을 전혀 들려주지 않고 곧바로 음을 하나씩 재생한 뒤 이름을 맞히게 합니다. 이게 왜 어려운지 이제 이해되시죠 — 기준이 없다는 건 상대음감을 아예 쓸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게임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건 지극히 정상입니다. 오히려 몇 문제라도 맞힌다면, 무의식중에 익숙한 곡의 멜로디나 악기 소리의 질감을 단서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절대음감이 없어도 괜찮은 이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절대음감이 없다는 사실이 음악적 재능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일부 음악 교육자들은 절대음감이 조옮김(transposition)이 잦은 합주 상황에서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성이 바뀔 때마다 익숙한 음 이름과 실제로 들리는 음이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져 혼란을 겪는 절대음감 보유자들의 사례가 실제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은 '음악적 재능'이 아니라 아주 특수하고 희귀한 신경학적 특성 하나를 정직하게 재는 도구일 뿐, 점수가 낮다고 해서 음악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